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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년 만의 재회
이름: * http:// 아..


등록일: 2017-12-23 19:39 (49.184.147..***)
조회수: 851 / 추천수: 5
 
10년의 감회

오늘 일이다.

우연하게 옛 기억이 스쳤다. 그래서 검색한 옛 사이트의 이름. 나는 십 년을 지나온 뒤에 다시 사이트를 찾았다. 플래시 365.

사이트 탭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주황색 탭이 그대로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여도, 강산의 터는 그대로 남아있다. 그 터가 바로 지금의 사이트이다. 세월이 흘러서 가파른 봉우리, 산맥 줄기가 꺾여나간다고 하여도 터는 남아있다. 찾아오는 사람과 떠나가는 사람만이 종적을 달리할 뿐이다.

십 년 전에 보았던 작가님 이름이 그대로 있었다. 어디서부터 기억의 시작점을 알려줄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작가 분의 이름을 이정표로 활용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올라온 그의 삼 년 전 플래시.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실력과는 전혀 딴 판이 되어 있으셨다. 그때도 그 분은 플래시를 잘 만드셨지만, 칠 년 후의 플래시는 월등한 수준까지 변모하고 말았다. 일취월장 하셨다. 어쩌면 칠 년이라는 세월은 누군가를 변하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구나, 하고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구 년 전 내 게시글을 찾았다. 나는 피식 웃음을 짓는다. 이제 와서 삭제 하지 않는다. 그때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음을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주목 받고 싶고, 또 누군가에게 내 실력을 자랑하고 싶다. 어린 나는 그랬다. ‘이게 첫작이에요’라던가, ‘무려 3000 프레임!’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사실 그런 표현을 들이미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때의 사람들은 모두 그랬으니까. 플래시 365에 살아가는 아이들은 모두 인정받기를 바랐으니까.

따지고 보면 플래시 365는 나에게 있어서 ‘유년의 꿈’이다. 프레임을 매만지고 있노라면 마냥 행복해 했다. 누군가가 베스트에 올라가면 부러워했고, 또 시기했다. 누군가 댓글을 달아주길 바라고, 추천해주길 바라고, 내 졸라맨이 그 누구보다 멋지게 보이기를 꿈꾸고 하는 그런 유년의 모습. 그런 것들은 내 키가 훌쩍 커짐과 동시에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지나간 시절들은 전부 어디로 간 걸까.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어느 순간 나는 과거를 바라보며 멈추어 있고는 했다. 무작정 달려온 십 년이 어떻게 보면 과거의 꿈보다 부질없지 않았느냐고, 스스로를 채근한다.

어린 나는 여전히 과거 속에 남아있다. 그때 같이 꿈을 공유했던 플래셔 분들이 과거 기억 속에 남아있다. 지금 손을 뻗는다고 해도 닿지는 않지만 그림자는 남아있다. 그들이 만들었던 작품, 내가 만들었던 작품, 그들이 달아주었던 댓글, 내가 달아주었던 댓글.

모두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게 플래시가 아니다. 언제까지고 플래시 365에 남아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플래시 365는 새장이었다. 진짜 꿈을 갖고 날개를 펼칠 수 있을 때, 훨훨 날아서 벗어나야할 그런 새장.

차이점은 그때의 새장과 지금의 새장이 다르다는 것뿐이다. 그때의 새장은 영롱한 색채를 내뿜었지만, 지금은 당장이라도 스러질 것 같은 형태다. 새장에서 오래된 고목 향이 난다.

떠난 새들은 대부분 되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올 이유가 없다. 새장에서 주는 모이는 오직 특정한 연령의 대상에게만 향긋하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에는 그걸 주식으로 삼을 수 있어도, 한번 새장을 벗어나면 다시는 그 모이를 주식으로 삼을 수 없다는 뜻.

플래시만 만들고 살아갈 수 있는 세계가 있었다면 어떨까. 십 년 전 모습 그대로 플래시를 계속해서 만들며 서로 낄낄 대었을까. 그랬을는지도 모른다. 유년의 꿈을 포기한 까닭은 플래시가 싫어서가 아니다. 단지 플래시가 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장은 꿈이다. 꿈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누구든지 벗어난다.

십 년간의 사건을 떠올렸다. 공부, 수능, 대학 진학, 군대. 스물 초반의 나는 그런 사건들을 겪었다. 이 사이트를 방문함과 동시에 나는 열 살의 나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행히 어린 나도 방긋 웃으며 옛 이야기를 도란도란 꺼내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열 살 초반, 꼬맹이 플래셔인 나는 계속해서 이 사이트에서 나를 기다리겠다고 말해 주었다.

소년인 나는 스물인 나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부쩍 커버렸냐고, 볼을 부풀리며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허허로이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으로 서른의 나이가 되었을 때도 사이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 나는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 하니까, 내가 찾아와서 인생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아이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가 더 멋있는 인생이야기를 들고 와주어야 한다. 나는 어린 아이의 손을 살짝 잡아 주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로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심심할 때 찾아와 일기라도 적어볼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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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1.233.60.***)   2018-09-24 09:32:19
그저 화면 속에서 어이없는 개그로 낄낄거리며 웃던 날이 다 지나가고 거의 10년이 되어 돌아온것 같은데
저도 이런 느낌이 드네요. 하지만 당신이 머물던 이곳은 새장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몸에 맞는 더 작은 세상이었을 뿐이죠. 저는 그걸 알수 있어요. 저는 이곳에서 플래시를 만드는 사람들을 무작정 동경하고 행동조차
하질 못했으니까.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은 너무 공감되긴 하지만,
누군가는 이곳에서의 목표도 잘 모르고 지나쳐 오더라는게 대부분이었죠. 저 또한 용기도 없었고
행동력도 부족해서 아주 어릴적 그냥 한두번 찾아와서 시간이나 보냈으니...
여긴 새장같은 제한 보다는 작은 몸에 맞는 작은 목표를 알려준 사이트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또다시 플래시를 통해 성취를 배우는 사람들이 오고 또 떠나면서 이곳에 대해 좋은 기억을 남겼으면 합니다.
작은 스스로와 대화를 하는걸 써두셨는데, 전 그것도 부러워 하지 않을수가 없네요.
제가 여기서 남긴 기억은 너무 흐릿해서, 진심으로 하고싶었던 것을 공책에 낙서로 숨기기만 해서,
제 어린 모습과 대화를 하려해도 어디론가 사라져서 보이질 않네요.
물론 제 모습을 찾아 말을 걸어주는 일은 꼭 여기서만 할수 있는 일은 아니겠죠.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온 옛 추억에서 현재의 제가 해야할 일을 배웠습니다.
더 늦기전에 자꾸만 숨겼던 낙서장이나 꺼내서 볼까 합니다.
'나도 플래시를 만들고 싶다' 라는 마음을 숨기기만 하다 보내버린 어린 시절이 아까워서...
누군가는 그걸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해보니, 저라도 연습장에서만 머무르던 저를 만나러 가야겠네요.
가서 새끼손가락 걸어주며 당신같은 멋진 사람도 여기 있었다며 동화를 읽어주듯 전해줄게요.
현재의 저와 어린 저를 모두 감동시킨 글이었어요. 감사합니다
(121.172.71.***)   2018-01-01 16:33:24
가끔 시간 나면 와주세요.
Punch Line (125.139.120.***)   2017-12-29 03:40:50
가끔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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